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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7
사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꽤 뛰어나다. 다만 뜻밖의 일을 예측하지 못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좌우하곤 한다.
언제나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리스크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므로 아무도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리스크가 현실이 됐을 때 피해가 엄청나기 마련이다.
p.55-56
세상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과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관점과 지식이 매우 제한적이면,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현재 자신이 모르는 어떤 일이 진행 중일 수 있는지, 상상하지 못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기 쉽다.
p.65-66
행복은 기대치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좋아지는 세상에서 인생에 필요한 기술 중 하나는, 지향하는 기준선을 자꾸 바꾸지 않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사는 흔히 이렇게 진행된다. 더 살기 좋아지고, 더 풍족해지고, 새로운 기술이 효율성을 높이고, 의학 기술이 더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한다. 그렇게 해서 삶의 질이 높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삶의 질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기대치 또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삶의 질의 상승 폭, 그 이상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그만큼은 기대치의 상승 폭도 커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들 역시 그런 발전에서 덕을 보고 있고, 우리는 그들의 나아진 삶을 보며 자신의 기대치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이 발전해도 나의 행복도는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죽 그래왔다.
몽테스키외는 275년 전에 말했다. "그저 행복해지고 싶다면 그 목표는 쉽게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들보다 더 행복해지길 원한다. 이는 언제나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남들이 실제보다 더 행복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p.78-80
사실 우리 모두는 어떤 일을 하며 살든 기대치와 현실의 차이를 좁히려고, 또는 기대치보다 더 낭느 겨려과를 내려고 끊임없이 애쓴다. 하지만 우리는 기대치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글레이어의 CEO이자 누구보다 날카로운 명민함을 지닌 피터 카우프먼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물질적 소유물을 지키기 위해 온갖 대책을 세운다. 그것의 가격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소홀하게 관리한다. 그것들에 가격표가 달려 있지 않은 탓이다. 시력이나 인간관계, 자유 같은 것들의 진짜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금전 거래가 이뤄지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대치도 마찬가지다. 그 중요성이 표시되지 않는 탓에 간과하기가 너무 쉽다.
그러나 우리의 행복은 전적으로 기대치에 달려 있다.
당신에 대한 상사의 평가는 기대치에 달려 있다.
소비자 신뢰 지수는 기대치에 달려 있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기대치에 달려 있다.
그런데도 어째서 우리는 기대치에 좀처럼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우리는 수입을 늘리고 기술을 쌓고 미래 예측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물론 모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대치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현실을 바꾸는 데에는 힘을 쏟으면서 기대치를 관리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삶의 모든 조건이 좋아지지만 그와 동시에 당신의 기대치도 똑같이 빨리 높아지는 탓에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딱한 삶인가. 그것은 아무런 발전 없는 세상을 사는 것만큼이나 끔찍하다.
98세의 찰리 멍거에게 "당신은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삶에 만족하는 것 같군요. 행복한 삶의 비결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제1원칙은 기대치를 낮추는 것입니다.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갖고 있으면 평생 괴로워집니다. 합리적인 기대치를 갖고, 당신이 맞이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침착함과 평정심을 갖고 받아들이십시오.
p.95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부러워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을 택하든 각자의 방식으로 당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만일 롤모델을 찾으려거든 그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닮고 싶은 것인지, 특정한 측면을 닮고 싶은 것인지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p.102
사람들은 자신이 미래를 바라보는 정확한 관점을 원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확실성이다.
p.121-122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 뛰어난 아이디어나 옳은 설명, 또는 합리적인 이론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감을 끌어내는 스토리를 들려주는 사람이 대개 성공한다.
탁월한 아이디어도 형편없는 방식으로 전달하면 실패할 수 있고, 낡았거나 엉뚱한 아이디어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중후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목소리를 지닌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은 식료품 목록을 읽는 것으로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는 과학자는 획기적인 질병 치료법을 발견하고도 그 업적이 묻혀버릴 수 있다.
세상은 정보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그 모든 정보를 꼼꼼하고 차분하게 살펴보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답을 찾기 어렵다. 사람들은 늘 바쁘다. 또 감정에 쉽게 좌우된다. 따라서 언제나 훌륭한 스토리가 차디찬 통계자료보다 더 큰 설득력을 발휘한다.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당신이 틀린 답을 갖고 있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당분간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100퍼센트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역사에는 그런 사례가 부지기수다.
p.132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유머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떠벌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똑똑함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p.144
세상의 어떤 것들은 중요함에도 측정이 불가능하다. 수치화가 불가능하거나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그런 것이 결과를 엄청나게 좌우하곤 한다. 수치화할 수 없어서 사람들이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심지어 그것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 때문이다.
시카고대학교의 벽에는 영국의 과학자 켈빈 경의 말이 이렇게 새겨져 있다. "측정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지식은 빈약하고 불충분하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가정하는 일은 위험하다. 오히려 그 반대가 옳다. 세상을 움직이는 어떤 중요한 힘들(특히 사람의 인격 및 심리와 관련된 측면)은 측정하거나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제프 베이조스는 말했다. "경험에 의거한 정보와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대개 전자가 옳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측정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p.154-155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유용성이나 이윤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이 원하느냐 원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경제와 관련한 수많은 행동 및 의사결정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결국 인간의 욕구와 감정이다. 때때로 그러한 감정 요인을 분석하거나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측정할 수도, 예측할 수도, 모델을 수립할 수도 없는 그 한 가지가 모든 비즈니스와 투자 활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다. 정치에서도, 직업 선택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통계와 계산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투자 활동에서 종종 목격되는 위험 하나는 맥나마라 같은 접근법에 치우치는 것이다. 즉 통계와 데이터를 최우선시하고 그런 모델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한 나머지 실수나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난 여지가 없다고 믿는 것이다. 터무니없고 기가 막히고 설명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혼란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 일이 왜 일어났지?"라는 질문에 늘 합리적인 답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자신의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결과라고 착각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이 세상이 불합리성과 혼란, 골치 아픈 인간관계, 불완전한 인간들로 들끓는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다.
p.165-166
안정과 번영이 계속되리라는 믿음은 결국 우리를 불안정과 혼돈으로 데리고 간다. 마치 물리학 법칙처럼 말이다. 이는 대단히 많은 영역에 적용된다.
p.172-173
201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주는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었다. 그러다 2017년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비와 눈이 내렸다. 믿기지 않겠지만 타호 호수 일대에는 두세 달 동안 눈이 무려 19미터 넘게 내렸다. 이로써 6년간 이어진 가뭄이 말끔하게 해소됐다. 당연히 기쁜 소식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역효과를 가져왔다.
2017년의 기록적인 강수량은 그해 여름 식물의 기록적인 성장을 초래했다. 나무와 풀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사막 지역에 있는 동네까지 초록색으로 뒤덮였다.
2018년 가뭄 때 그 식물들이 죽으면서 바싹 마른 불쏘시개가 됐다. 이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손꼽히는 대형 산불을 만들어냈다. 결국 기록적인 강수량이 기록적인 산불을 초래한 것이다.
역사에는 이런 사례가 많다. 이는 폭우와 뒤이은 산불의 흔적이 새겨진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강수량과 큰 산불은 뗄 수 없는 관계다. "비가 많이 내려 식물 성장이 촉진되는 동안에는 산불이 줄어든다. 그러나 그 식물들이 이후 가뭄 때 말라 죽으면서 산불의 연료가 증가한다"라고 미국해양대기청은 밝혔다.
얼핏 생각하면 떠올리기 힘든 전개다. 그러나 이때도 마찬가지다. 평화가 혼돈의 씨앗을 뿌린다.
혼돈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평화.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을, 비극의 결과를 과소평가하게 한다.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때 상황은 가장 위험해질 수 있다.
p.174-175
우리는 어떻게든 정상을, 최고점을 알려고 한다. 그것을 아는 유일한 길은 너무 지나치게 왔다 싶은 시점까지 계속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제야 우리는 뒤돌아보면서 말한다. "아, '그 때'가 최고점이었구나."
주식이 고평가되어 있나? 비트코인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테슬라 주가가 어디까지 올라갈까? 수학 공식으로는 답을 알 수 없다. 그 답은 임의의 시점에 다른 누군가가 거기에 얼마나 돈을 투자할 용의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믿고 싶어하고, 스토리텔러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스토리는 늘 변한다. 당신이 3년 뒤에 어떤 기분 상태일지 예측할 수 없듯이 그 스토리 역시 예측할 수 없다.
어떤 투자 대상의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으면 반드시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는 그것을 직접 알아내려 들기 마련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구는 강하지만 그에 비해 부를 쌓을 수 있는 쉽고 명확한 기회는 턱없이 적다. 따라서 만일 당신이 "이 상자 안에 기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라는 푯말을 세워놓으면 반드시 누군가는 다가와서 그 상자를 열어본다. 우리는 최고점이 어디인지 알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분별력의 범위 내에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늘 비관론과 낙관론에 과도하게 취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p.186-187
투자 기간을 압축할수록 투자자는 운에 더 의존하게 되고 실패하기 쉽다. 역사 속의 투자 실패 사례를 훑어보라. 그 중 자그마치 90퍼센트가 이 자연스럽고 '가장 알맞은' 투자 기간을 짧게 압축하려 한 탓에 일어났다.
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스타벅스는 창업하고 23년 후인 1994년에 매장이 425개였다. 1999년에는 한 해에만 625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2007년 경에는 1년에 매장 2,500개씩 열고 있었다. 매장이 약 4시간마다 하나씩 생긴 셈이다.
하나의 결과는 또 다른 결과를 낳았다. 성장 목표 수치를 달성하려는 욕구가 결국 합리적 분석과 판단을 밀어냈다. 스타벅스 매장의 포화 상태는 도를 넘었다. 경제 호황기였음에도 동일 매장 매출 성장률이 50퍼센트 감소했다.
하워드 슐츠는 2007년 경영진에게 보낸 메일에 이렇게 썼다. "1,000개도 안 되던 매장이 1만 3,000개로 늘어나는 동안 우리는 일련의 결정을 내렸고 지금 되돌아보면 그 결정들이 '스타벅스 경험'을 희석했습니다."
2008년 스타벅스는 매장 600개를 폐점하고 1만 2,000명의 종업원을 해고했다. 스타벅스 주가는 73퍼센트 떨어졌다. 2008년 중임을 감안하더라도 끔찍한 하락이었다.
슐츠는 2011년 자서전 <온워드>에 이렇게 썼다. "성장은 전략이 아니라 전술일 뿐이다. 무분별한 성장이 전략이 되었을 때 우리는 방향을 잃고 헤맸다."
스타벅스에는 가장 알맞은 규모가 있었다.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그 선을 넘어가면 매출을 증가할지 몰라도 실망한 고객 수는 더 빠르게 증가한다. 로버트 워들로가 거인이 됐지만 제대로 걷기 힘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던 타이어 재벌 하비 파이어스톤은 1926년에 이렇게 말했다.
단번에 시장을 장악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첫째, 대개 그것은 불가능하므로 많은 비용을 날리게 된다. 둘째, 설령 가능하다 해도 생산시설이 감당하지 못한다. 셋째, 설령 가능하다 해도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너무 단기간에 비대해진 기업은 하루아침에 큰 돈이 생긴 소년처럼 행동하기 십상이다.
p.188
나심 탈레브는 자신이 연방 차원에서는 자유주의자이고 주 차원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이며 자신이 사는 도시 차원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이고 가족들 사이에서는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 집단 크기가 4명에서 100명, 10만 명, 또는 1억 명으로 커지면 그때마다 사람들이 리스크와 책임을 다루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업 문화도 그렇다. 10명 규모의 회사에서 효과가 있는 경영 스타일을 1,000명 규모의 회사에 적용하면 경영을 망칠 수 있다. 이는 단기간에 빠르게 커진 기업이 종종 깨닫는 아픈 교훈이다.
p.191
사랑이든 일이든 투자든,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이 두 가지가 있어야 가치 있는 뭔가가 된다. 인내심과 희소성이다. 인내심을 지녀야 그것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고, 희소성이 있어야 그것의 소중함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대할 때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택하는 접근법 두 가지는 뭘까? 더 빨리하려는 것, 더 규모를 키우려는 것이다. 언제나 그게 문제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p.204
1930년대는 미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암울한 시기였다. 1932년에는 미국인의 거의 4분의 1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식시장은 89퍼센트 폭락했다. 1930년대와 관련해서는 늘 이 두 가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의 언급되지 않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1930년대가 미국 역사상 가장 생산성이 높고 기술적으로 발전한 10년이라는 점이다. 그 시기에 수많은 문제를 해결했고 물건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잊힌다. 이 잊힌 스토리는 나머지 20세기 동안 엄청난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몇 가지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1930년대의 총요소생산성은 전무후무하게 높은 수준이었다.
경제학자 알렉스 필드의 말에 따르면 1941년 미국 경제는 1929년에 비해 노동 시간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40퍼센트 더 많은 산출물을 생산했다. 한마디로 생산성이 월등히 높아진 것이다.
p.213
두려움과 고통, 역경은 긍정적 감정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동기 부여 요소다. 이것은 역사가 주는 큰 교훈이다. 그리고 이 교훈은 결국 우리에게 이런 깨달음을 준다. '어떤 삶을 원해야 할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라.'
아무런 걱정도 고통도 스트레스도 없는 삶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삶에는 동기부여도 발전도 없다. 역경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창의적 문제해결과 혁신의 가장 강력한 원료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고통은 현재 우리가 누리는 좋은 것들을 낳은 토대이며, 현재의 고통은 미래에 누릴 것들을 위한 기회의 씨앗이다.
p.219-220
아주 중요한 변화는 작고 점진적인 변화가 쌓여 일어난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간과하기 쉽다.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알아채는 데에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린다. 그리고 그 기술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사용하기까지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이 더 걸린다.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잠재력을 완전히 인정받아 즉시 대중에게 채택되는 신기술이 있을까? 없다.
오랫동안 혁신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가 많은 탓에 비관론이 득세하곤 한다. 하지만 대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혁신을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심지어 과학 분야에서도 그렇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우튼의 말에 따르면, 세균이 발견된 이후 의학계에서 세균이 질병의 원인임을 인정하기까지는 200년이 걸렸고, 소독법을 발견하기까지는 30년이 더 걸렸으며, 페니실린이 상용화되기 까지는 다시 60년이 더 걸렸다.
경제 성장도 마찬가지다. 일인당 실질 GDP는 지난 100년 동안 여덟 배 증가했다. 1920년대 미국의 일인당 실질 GDP는 오늘날의 투르크메니스탄과 같은 수준이었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믿기 힘든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매년 GDP 성장률은 평균 약 3퍼센트이고, 이는 별것 아닌 듯 무시하기 쉽다.
p.224
대개 발전에 관한 뉴스와 좋은 뉴스는 일어나지 않은 일과 관련되고, 나쁜 뉴스는 이미 일어난 일과 관련된다.
p.238
사람들은 투자를 할 때 지금 당장, 올해, 또는 내년의 성과에만 급급하다.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수익률이 얼마일까?"를 당연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진화의 경우처럼, 그처럼 단기간에는 마법이 일어날 수 없다. 복리 효과에 숨겨진 수학을 이해한다면, 당신이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최고 수익률을 달성할까?"가 아니라 "내가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수익률이 얼마일까?"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작은 변화가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낸다. 늘 그래왔다.
p.274-275
우리는 빠르고 쉬운 길에 혹하기 쉽다. 고생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그런 길은 거의 없다.
찰리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누릴 자격을 갖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간단하다. 이것은 황금률이다. 사람들에게 뭔가 제공할 때는 당신이 상대방이라 해도 만족할 만한 것을 제공하라."
p.279-280
비효율성이 - 프레스필드의 표현으로는 '엉터리'가 - 사방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하면 그것을 피할까?"가 아니다.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비효율성을 견디는 것이 최선일까?"라고 물어야 한다.
만일 그것을 견디는 능력이 '제로'라면, 즉 의견 충돌, 개인적 인센티브, 비효율적인 일, 의사소통 오류 같은 것들을 극도로 혐오한다면, 타인과의 교류나 협력이 필요한 일에서 성공할 확률도 제로에 가깝다. 프레스필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신은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없다.
그 반대, 즉 엉터리 같은 일이나 성가신 문제, 불편함을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 나쁘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면 당신은 세상에 산 채로 잡아먹힐 것이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실이 있다. 문제를 완전히 없애려고 하면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나쁜 것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이 완벽하게 없애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음을 안다. 도둑질이 좋은 예다.
슈퍼마켓에서는 가게 문을 나가는 모든 손님의 몸을 샅샅이 수색하면 도둑질을 없앨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아무도 가게를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최적의 도둑질 발생 건수는 제로가 아니다. 가게 주인은 도둑에게 어느 정도 물건을 잃는 것을 번영에 따르는 불가피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형태의 비효율성도 이와 비슷하다.
이렇듯 성가신 문제나 불편함을 얼마만큼 견디는 것이 최선인지 판단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이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깨닫지 못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였지만 하반신이 마비된 탓에 화장실에 갈 때도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다리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오렌지주스를 먹고 싶지만 사람들이 우유를 가져다 줄 때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 우유를 마실 줄 알아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얼마만큼의 비효율성과 불편함을 견뎌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p.298-299
제자리라도 지키려면 '계속 달려야 하는 것', 그것이 진화의 원리다. 삶에서 대부분의 것도 그렇지 않을까? 비즈니스도? 제품도? 일도? 국가도? 인간관계도? 맞다. 전부 그렇다.
진화는 가차 없고 냉혹하다. 앞서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을 멸종시킴으로써 가르침을 준다.
두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한 시대를 지배하는 무언가가 다음 시대에 사라지더라도 놀라지 마라. 그것은 역사에서 늘 반복된 스토리다. 기업도, 제품도, 음악가도, 도시도, 작가도 수십 년 넘게 정상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경우(비틀스, 리바이스, 스니커즈, 뉴욕시)는 극히 예외에 속한다.
둘째, 계속 달려라. 이미 거둔 성공에 마음 놓고 안주해도 될 만큼 확실한 경쟁 우위란 없다. 오히려 그렇게 보이는 경쟁우위가 대개는 몰락의 씨앗을 품고 있다.
p.309-310
혁신에서도 비슷하다. 우리는 스타트업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과학자가 연구하는 뭔가를 보면서, '흥미롭기는' 하지만 과거의 혁신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여러 혁신이 상호작용하고 결합하면서 어떤 결과에 이를지 모르는 탓에, 그저 속 편하게 최고의 시절은 과거라고 결론 내리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혁신의 잠재력은 과소평가한다.
다음을 기억하자.
첫째, 우리는 늘 발전이 지지부진하다고 느끼기 쉽다. 어느 시대에든 최근 10년이나 20년간 획기적인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혁신적 기술이든 우리 삶에서 유용한 것이 되기까지는 10년에서 20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진보란 한 걸음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일어나며,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사소한 혁신과 발견이 훗날 엄청난 무언가로 변화할 잠재력을 지닌 기회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디 호크는 "책은 저자가 쓴 내용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독자의 무한한 상상력과 해석도 책의 일부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의 경우도 비슷하다. 모든 신기술의 가치는 단순히 그 자체의 용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능력과 관점을 지닌 다른 누군가가 그 기술을 토대로 결국 무엇을 창안해내느냐도 중요하다.
둘째, 사소해 보이는 두 가지가 결합해 엄청난 뭔가로 증폭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자연이 돌아보는 원리를 생각해보라. 북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남쪽에서 더운 공기가 불어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둘이 미주리주 상공에서 만나면 토네이도가 발생한다. 이러한 창발 효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기술과 또 다른 사소한 기술이 만나 세상을 바꿔놓는 기술이 된다. 기하급수적 성장이라는 개념을 간과할 경우 상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말이다.
p.316-317
전문가는 언제나 다른 지역 출신이라는 말이 있다. 성경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그 누구도 자기 고향에서는 선지자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앞의 말에는 다른 더 깊은 의미가 있지만, 어쨌든 이 두 말에는 공통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담겨 있다.
사람들이 나의 특별하지 않은 모습과 못난 구석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매우 쉽다는 사실이다. 일이나 사업, 개인적 삶에서 당신 자신을 남들과 비교할 때 이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내가 의미를 깨닫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린 조언이 있다. '모든 것이 세일즈다'라는 말이다. 흔히 이는 직장 생활과 관련한 말로 여겨진다. 회사에서 맡은 직책이나 역할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당신의 임무는 세일즈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말은 다른 영역에도 적용된다.
'모든 것이 세일즈다'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공들여 만든다는 사실도 의미한다. 그렇게 만든 이미지는 자신을 남들에게 납득시키고 어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이미지 게임을 한다.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자기 확신에 차서 적극적으로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공들여 만든 이미지는 자신의 모든 모습이 담긴 완전한 이미지가 아니다. 일종의 필터가 작동한다. 잘하는 것과 잘난 면은 두드러지게 내세우고, 못난 구석과 결점은 조용히 감춘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투덜댔다. 업무 프로세스도 불합리하고 팀끼리 커뮤니케이션도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사는 자기네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척척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나는 그 회사에서 일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아, 그러네"하며 불평을 접었다. 멀리서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거의 모든 것은 멀리서 보면 더 좋아 보인다. 장담하건대 그 경쟁사의 직원들은 자기네 회사 운영 방식에 불만을 느낄 것이다. 내 친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화려한 무대 뒤의 모습'을 알 테니까 말이다.
p.320
내가 겪는 고난은 크게 다가오지만 타인의 고난은 알아채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가지지 못했고, 남들이 아는 비결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성공한 이들을 무슨 초인적 능력의 소유자처럼 바라보면서 "나라면 절대 못 할 거야"라고 말한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신이 우러러보는 그 사람도 슈퍼맨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 그저 성공 확률을 높이는 일련의 결정과 행동을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꺠닫는다면 더 많은 이들이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할 텐데 말이다.
p.354-355
뭔가를 장기적으로 계획하거나 실행할 때는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장거리 달리기는 당신이 견뎌야 하는 단거리 달리기들의 집합이다.
당신이 투자 기간을 10년으로 잡는다고 해서 10년 동안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서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경기 침체와 하락장, 대폭락, 뜻밖의 사건, 또는 밈 같은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겪어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 목표를 세우면 단기적 예측 불가능성과 위기를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대신, 이런 질문을 던져라. "끝없이 나타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견딜 수 있을까?"
장기적 사고는 기만적인 안전 담요가 될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장기 전략을 세우면 고통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단기적 사건을 피해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재앙과 비극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야구 선수 댄 퀴즌베리는 말했다. "미래는 현재와 매우 닮았다. 단지 더 길 뿐이다."
장기적 계획과 실행을 위해서는 단기적 리스크도 간과하지 않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혼자서만 장기적 계획을 확신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당신의 파트너나 동료, 배우자, 친구도 함께해야 한다.
p.357-358
세상은 계속 변한다. 따라서 생각을 바꾸는 일은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때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는 일은 어렵다. 자신을 속여 틀린 생각을 믿는 것이 실수를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장기적 전략은 잘못 생각하고 있음에도 그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지하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과거에 옳았지만 세상이 변해서 더는 옳지 않은 무언가를 계속 붙들고 있으면서 "아직 초반이라 내 견해가 옳다는 게 증명되지 않고 있을 뿐이야" 또는 "나만 빼고 전부 잘못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진정한 장기적 사고를 하려면 인내심과 고집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이것이다. 당신의 업계에서 절대 변하지 않을 소수의 것들을 파악한 뒤, 그 외의 나머지는 전부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수정이 필요한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렇게 파악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장기 전략을 적용할 대상이 된다. 그 외의 나머지에는 유통 기한이 있다.
장기전에서는 시간 자체보다 유연성이 더 중요하다.
만일 2010년에 "투자 기간을 10년으로 잡았어"라고 말했다면 당신이 성과를 수확하는 목표 연도는 2020년이다. 알다시피 2020년은 전 세계가 휘청거린 해였다. 기업이든 투자자든 자신이 오랫동안 인내심 있게 기다려온 보상을 손에 쥐리라 기대하기 힘든 해였다.
장기 계획에 목표일을 못 박아놓는 전략은 단기 전략만큼이나 운에 의존할 수 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다.
시간은 눈덩이 효과를 내는 힘을 지녔으며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장기 전략을 세우되 목표일을 유연성 있게 관리하면, 또는 목표일을 정해놓지 않으면 성공 확률이 훨씬 더 커진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말했다. "안전 마진의 목적은 예측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높은 유연성을 지닐수록 앞일을 정확히 예측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p.381-382
언제나 인간은 고난을 겪은 후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회복하지만 고난의 흉터는 영원히 남는다. 그 흉터는 리스크나 보상, 기회, 목표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영영 바꿔놓는다.
그러니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과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은 당신과 다른 사고방식이나 관점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들은 다른 목표, 다른 견해, 다른 욕구, 다른 가치관을 지닌다. 따라서 사실 대부분의 논쟁은 의견이 아니라 경험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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