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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마케팅

경영자 vs 마케터

by Diligejy 2025. 1. 28.

 

 

 

 

p.14~15

위기관리 기술과 방법을 터득한 좌뇌형 경영 리더들이 있다. 박사들을 고용해 첨단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저당물 목록을 샅샅이 검토하는 식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모든 것을 분석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일이 잘못 되면 7,000억 달러를 날릴 수도 있게 생겼다.

 

통합적 사고를 하는 우뇌형이라면 큰 그림을 보았을 것이다.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많은 돈을 빌려주었을까?

 

컴퓨터는 완벽한 좌뇌형 기계다. 수백만 건에 달하는 자료를 분석하고 저장한다. 그렇지만 큰 그림을 본다는 면에서는 완전 숙맥이다.

 

월가 애널리스트가 투자 위험성을 판단할 때 컴퓨터의 분석에 의존하는 것은 좌뇌형의 전형적인 미친 짓이다. 워렌 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 "공식만 갖고 노는 기이한 인간들geeks을 조심해야 돼!"

 

p.23

GE부터 월트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모든 기업에는 마케팅 분야와 경영 분야를 가르는 장막이 드리워져 있다.

 

그런데 이 장막을 걷어치우기가 참으로 힘들다. 휴렛팩커드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팩커드는 이런 말을 했다. "마케팅은 너무나 중요해서 마케팅 부서에만 맡겨둘 수 없다."

 

반대로 마케팅은 너무나 복잡 미묘해서 마케팅 경험도 별로 없고, 마케팅 원리도 모르는 경영 분야 사람들에게만 맡겨둘 수도 없다. 

 

p.26

마케팅은 상식이 아니고 배우기도 쉽지 않다. 마케팅이 상식이고 배우기 쉬운 일이라면 애초부터 CMO 자리가 따로 있을 이유가 없다. 일반 상식에 뛰어난 경영 리더가 마케팅 일도 처리하면 그만이다.

 

p.28~29

같은 일에 대해서도 마케팅 분야 사람과 경영 분야 사람은 다른 반응을 보인다.

 

1998년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를 360억 달러에 인수하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이런 기사를 내보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미래 판도를 바꿀 분수령이 된 대규모 인수 사례."

 

이 보도 내용이 어떻게 들리는가? 우리에게는 전형적인 좌뇌형 경영 분야 사람들의 반응으로 들린다.

 

우뇌형 마케팅 분야 사람의 반응은 정반대이다. 싸구려 자동차와 고급 승용차를 함께 파는 독일과 미국의 혼혈 회사?

직관적으로 볼 때 그 인수에는 마케팅 센스가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수지 타산도 맞지 않는다.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때는 360억 달러를 주었다. 그런 크라이슬러를 굉장히 어렵게 세르베루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 팔아넘기면서 받은 대가라고는 아무리 따져보아도 16억 달러를 넘기 어렵다. 다임러-벤츠는 지난해 재무제표에서 크라이슬러와 관련해 보유하고 있는 재산권을 아예 0으로 계상해 처리했다.

 

크라이슬러 인수가 다임러-벤츠에게 왜 재앙이 되었을까? 경영진이 마케팅 차원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런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임러-벤츠 경영진과 인수합병을 부채질한 사람들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 보완 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합병으로 겨냥할 수 있는 시장이 더 커지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예상대로라면 그렇게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마케팅 분야 사람이라면 합병으로 양쪽 브랜드가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을 것이다. 마케팅에 대한 고려 없이 이루어진 합병으로 인해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정통성을 상실하게 되었고 목표 의식도 잃게 되었다. 그렇게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무슨 브랜드를 키울 수 있겠는가?

 

그것은 말하자면 코카콜라와 이스트만 코닥이 결합해서 코카코닥이라는 기업이 생기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p.30~31

소비자들이 당신 회사의 브랜드를 일용품commodity 가격 이상을 내고 사려고 하지 않는다면 당신 회사는 빼어난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이름 하나 가진 일용품일 뿐이다.

 

페덱스 초기에 경영 리더와 마케팅 부서 사람들은 가격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가격' 경쟁과 '브랜드' 경쟁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 초기 페덱스는 항공화물 운송 시장의 선두였던 에머리 항공화물과 가격경쟁을 하려고 애를 썼다. 페덱스는 1일 이내 수송, 2일 이내 수송, 3일 이내 수송, 이렇게 세 상품 모두에서 경쟁사인 에머리보다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그런데 효과가 없었다. 처음 3년 동안 페덱스는 2,9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그러자 창업자인 프레드 스미스는 브랜드로 경쟁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1일 이내 수송에 초점을 맞추고, 광고 예산을 다섯 배로 늘려 "밤새 확실하게 배송되어야 한다면"이라는 슬로건으로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그러자 흑자로 돌아선 것은 물론 놀라운 이익을 남겼다. 이어 페덱스는 1일 이내 수송 서비스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되었으며 에머리 항공화물보다 더 큰 기업이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페덱스는 아직까지 한 번도 2일 이내 수송과 3일 이내 수송 서비스 시장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페덱스의 항공화물 운송장에는 여전히 2일 이내 운송장과 3일 이내 운송장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보면 페덱스는 여전히 항공화물 '밤새 수송 overnight' 서비스 브랜드이다.

 

p.49~50

우리는 흔히 어떤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더 좋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의 뜻을 엄밀히 따져보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어떤 요소에서 한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좋다는 의미이지 특정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절대적으로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본질적으로 보자면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코카콜라나 펩시콜라는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시음 테스트 결과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보다 더 좋다는 사실만 빼고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미국시장에서 코카콜라는 펩시콜라보다 50퍼센트 이상 더 많이 팔린다. 외국 시장의 격차는 더 크다.

 

이런 차이는 코카콜라가 펩시콜라보다 더 좋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코카콜라라는 브랜드가 왜 펩시콜라보다 더 좋은 브랜드인가? 소비자들이 생각할 때 코카콜라야말로 최초의 콜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코카콜라를 '진짜'라고 인식한다. 원조이고 유서 깊은 콜라라고 생각한다.

 

경쟁 제품에  비해 더 좋은 제품이 된다고 해서 더 좋은 브랜드가 되지는 않는다. 경쟁 제품과 다른 제품이 되어야 더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

 

p.55

누군가 주위 사람들에게 "아, 제 차는 BMW입니다."라는 말을 할 때 무언중에 다른 의미도 전달하는 것이다. "제 차는 에스즈입니다." 이 말은 당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에스즈' 같은 이름으로는 무언가를 전달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그 이름을 쓸 수조차 없다.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다. Isuzu라고 쓰고 정작 발음은 '이스즈'가 아닌 '에스즈'라고 한다.

 

에스즈는 이름이 나빠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퇴출된 첫 번째 경우가 아니다. 푸조는 1991년에 퇴출되었고, 유고는 1992년에, 다이하쓰는 1993년에, 대우는 2002년에 물러갔다. 

 

에스즈, 대우, 다이하쓰, 유고, 푸조라는 이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이런 이름은 영어가 국어인 살마들의 귀에 아주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듣기에 거슬리는 말을 들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잘 알지 않은가?

 

그런데 저런 이름으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신통치 않은 브랜드로 자동차시장에서 한 건 하려고 애쓰는 회사가 아직도 많다. 넷만 예를 들면 스즈끼, 스바루, 사브, 미쓰비시가 있다.

 

p.66~67

마케팅 프로그램의 진정한 목표는 바로 제품 카테고리를 장악하는 것이다. 제품 카테고리를 장악하지 못한 브랜드는 시시한 브랜드에 불과하다.

 

레드불은 에너지 음료라는 제품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고품격 커피라는 제품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이라는 서비스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다. 바디샵은 천연 화장품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다. 홀푸드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먹을거리라는 제품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다. 블랙베리는 무선 이메일이라는 서비스 카테고리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브랜드는 모두 상대적으로 최근에 성공을 거둔 브랜드들이다. 그러니 잠깐 생각해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브랜드는 오래된 기업의 브랜드가 아니다. 새로 창업한 사람들이 성공시킨 브랜드다. 놀라운가?

 

놀랄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를 쓸고, 닦고, 광내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러는 사이에 새로 창업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장악할 길을 모색한다. 대기업이 브랜드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에 창업자들은 제품 카테고리를 생각한다.

 

물론 브랜드도 중요하다. 그러나 브랜드가 제품 카테고리를 차지하는 정도의 맥락에서만 의미가 있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탄산음료 시장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는 코카콜라라고 한다. 그러나 코카콜라 브랜드의 가치는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1999년에 코카콜라의 시가총액 규모는 838억 달러였지만 현재는 667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코카콜라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줄어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탄산음료라는 카테고리의 빙산 자체가 녹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 음료시장에서 1인당 탄산음료 소비량은 해마다 1~2퍼센트씩 줄어들고 있다. 코카콜라가 연간 3억 달러 이상을 광고에 쏟아 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콜라 소비 자체가 줄고 있다.

 

p.70

제품 카테고리라는 빙산이 녹을 때면 좌뇌형인 경영 분야 사람들은 브랜드를 건져내려고 애를 쓴다. 논리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좋은 전략이 아니다. 차라리 사방을 둘러보고 막 형성되기 시작한 새 빙산을 옮겨 타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빙산을 장악할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아야 한다.

 

p.75

1923년의 소비재 제품 카테고리 25종에서 선도적 지위에 있던 기업의 명단을 조사하고 난 후 현재 선도적 지위에 있는 기업의 명단을 조사해 비교한 연구가 있었다. 그 조사 결과를 보면 선도적 지위에 있던 25종 브랜드 가운데 선도적 지위를 상실한 브랜드는 다섯 개에 불과하다.

 

다섯 개 브랜드 가운데 넷은 그나마 더 좋은 제품에 선도적 지위를 내어준 것이 아니다. 네 브랜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에버레디는 아연과 탄소로 만든 건전지 시장의 선두 자리를 더 나은 아연-탄소 건전지 브랜드에게 내준 것이 아니다. 에버레디는 듀라셀이 내놓은 알카리성 건전지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제품에 밀려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 켈로그는 더 맛있는 콘플레이크에 밀려 씨리얼 시장의 선두 자리를 빼앗긴 게 아니다. 귀리로 만든 데다 생긴 모양도 이상한 치리오스라는 전혀 다른 씨리얼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 아이보리는 더 순수한 세안용 화장비누에게 세안용 화장비누 시장의 선두 자리를 빼앗긴 게 아니다. 비누 재료의 4분의 1을 보습 효과가 있는 모이스처라이징 로션을 넣고 만든 도브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 팜올리브는 목욕용 비누 시장의 선두 자리를 더 좋은 목욕용 비누에게 빼앗긴 게 아니다. 팜올리브는 '탈취 효과가 있는' 최초의 비누를 내세우며 등장한 다이얼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p.77

시장의 선두 주자와 경쟁하려고 할 때는 무언가를 다르게 해야 한다. 스티븐 켄트는 잡지 <스카이>에 이런 글을 썼다. "위와 Xobx360, 플레이스테이션 3를 비교하는 것은 마치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비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니 대변인 역시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위는 플레이스테이션 3 같은 강력한 성능의 제품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습니다."

 

p.82~83

더 좋은 것이 더 잘 팔리는 카테고리가 조금은 있다. 브랜드라는 것이 없거나 있어봐야 고작 몇 개 정도인 카테고리가 그렇다. 예를 들자면 사람들이 슈퍼마켓 과일 진열대나 채소 진열대에서 더 좋은 사과, 더 좋은 오렌지, 더 좋은 상추를 어떻게 골라내는지 지켜보라.

 

그런데 이렇게 '더 좋은 것이 더 잘 팔리는' 상품 카테고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 카테고리야말로 새로운 브랜드를 진출시키기에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프레쉬 익스프레스는 처음으로 샐러드를 포장해 브랜드 이름을 붙여 팔았다.

 

그러자 돌(Dole), 델몬트 같은 대형 농산물 회사가 뒤질세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선두는 누구인가? 프레쉬 익스프레스이다. 프레쉬 익스프레스는 3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프레쉬 익스프레스를 치키타 브랜즈는 2005년에 8,550만 달러를 주고 인수하였다. 프레쉬 익스프레스는 한몫 단단히 거머쥐었다.

 

생각을 달리 해서 부자가 되라. 더 좋게만 하려고 하면 좌절할 것이다.

 

p.87~88

육상 단거리 경주를 할 때 주자마다 달려야 할 주로가 따로 정해져 있듯이 제품 카테고리마다 전략이 따로 마련되어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카테고리일수록 한 가지 전략만이 효과를 낸다. 마케팅 메시지를 극히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브랜드 아래 이것저것을 팔려고 하면 어떻게 마케팅 메시지를 단순화할 수 있겠는가? 분명히 말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 자동차산업이 그렇게 오랜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p.93

우뇌형 마케팅 센스를 지닌 경영진이었따면 더 크고 더 비싼 새턴 모델을 개발하느라고 수억 달러를 쓰느니 차라리 새턴의 기본 모델을 개선하는 데 썼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새턴은 차지하지 못했던 나머지 84퍼센트를 점유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폭스바겐이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소형차 시장에서 누렸던 그런 압도적인 지위를 콤팩트 카 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컴퓨터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하이테크 제품이라면 예외 없이 지속적으로 제품 개발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달력 제작자가 해마다 달력을 바꾸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새턴이 업데이트한 S시리즈를 내놓는 데 11년이 걸렸다. 그 11년 동안 혼다는 시빅 콤팩트를 3세대나 바꾸어 냈다.

 

1994년에 새턴 S시리즈는 혼다 시빅보다 7퍼센트 더 많이 팔렸다.

 

그러나 2007년 혼다 시빅은 S시리즈를 대체해 나온 아이온과 아우라를 합친 것보다 207퍼센트나 더 많이 팔렸다.

 

p.101~102

한 번에 여러 마리 토끼를 쫓는 대표적인 업계가 항공업계라고 할 수 있다. 항공회사 경영진은 한 번에 여러 마리 토끼를 쫓는 정책을 종종 취하는데 단기적으로는 그런 정책이 옳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코 옳지 않은 선택이다.

 

항공운항을 시작할 때 첫 번째로 맞이하는 선택의 기로는 "여객을 운송할 것인가, 화물을 운송할 것인가?"라는 갈림길이다.

 

그런데 항공운항을 시작하는 항공회사는 하나같이 똑같은 결정을 내린다. "두 마리 토끼를 쫓자. 어차피 객실 밑에 빈 공간이 생기는데 거기를 놀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런 판단으로 미국의 주요 항공회사들은 모두 여객운송과 화물운송 두 가지를 다 한다.

 

그런데 실제로 화물운송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보잘것없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2007년에 화물운송으로 올린 수익은 8억 2,500만 달러였다. 언뜻 듣기에는 대단한 액수 같지만 회사 전체 수익 가운데 고작 4퍼센트에 불과하다.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전염성이 강한 질병 같아 보인다. 얼마 전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UPS)는 주말에 운항하는 화물 운송기편에 임시로 좌석을 배치해서 전세를 내주기 시작했다.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어쩌면 유나이티드 파슬 서비스는 아예 이름 자체를 유나이티드 파슬 앤드 패신저 서비스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항공회사가 두 번째로 선택해야 하는 것은 출장 가는 비즈니스 승객을 주 고객으로 삼아 취항 노선을 결정할 것인지, 휴양지로 놀러 가는 일반 승객을 주 고객으로 삼을 것인지 하는 것이다.

 

이 선택의 기로에서 항공회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두 마리 토끼 다 쫓지, 뭐!"라는 결정을 내린다. "좁은 울타리에서 놀 필요가 있어? 휴스턴이면 어떻고 호놀룰루면 어때? 양쪽 다 갈 수 있잖아?"

 

그 다음으로 국내선으로 운항할 것인지, 국제선으로 할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이 선택의 기로에서도 역시 대부분의 항공회사가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 그 결과 미국의 주요 항공회사들은 여객과 화물을 함께 싣고 미국의 도시는 물론 외국의 도시에도 취항한다.

 

그 다음으로 또 선택해야 할 것이 있다.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 이코노미 클래스 가운데 어느 쪽으로 밀고 가야 하나?"

 

이 의문에 대한 결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 마리를 쫓으면 안 되나?" 그래서 항공사마다 세 가지 좌석과 서비스 종류를 다 갖추고 있다.

 

그런데 좌석과 서비스의 종류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토끼 숫자가 자꾸 불어난다. 아메리칸 항공이 현재 운영하는 서비스는 8종(이코노미 슈퍼 세이버, 이코노미 세이버, 이코노미 플렉서블, 인스턴트 업그레이드, 비즈니스 스폐셜, 비즈니스 플렉서블, 퍼스트 플렉서블, 퍼스트)이나 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한 번에 여러 마리 토끼를 쫓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런 결정을 내린다. 경영진의 그런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수익과 이익의 증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특히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경쟁자가 있을 때는 여러 마리 토끼를 쫓는 전략은 퇴보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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