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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마케팅

나는 다른 것을 본다

by Diligejy 2018. 3. 14.

p.6

대중은 좋은 것을 보면 감탄하지만, 다른 것을 보면 갖고 싶어 한다.


p.9

비즈니스는 판을 다르게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판을 만드는 것이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눈앞의 결실로 끄집어내야 비로소 진정한 '다름'이 완성된다.


p.20~21

지금부터라도 일상을 당신만의 볼거리로, 인사이트의 창고로 만들어보길 바란다. 사람들이 어떤 날씨에 무엇을 먹는지, 요즘에는 어떤 옷을 입는지, 거리를 뒤덮은 커피 전문점과 치킨집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들여다보길 바란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통찰을 끄집어내어 아이디어로 만들어보라.


p.21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관여할 사항이 아니면, 현실과 다른 의견을 말하곤 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오롯이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대중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자. 분명 뒤집어보면 다른 게 보인다.


p.26

우리는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이 보고, 들으며 접촉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관심을 갖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 것인가. 나는 '시대성'이라 답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시대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시대성에는 당대 사람들의 모습을 넘어선 심리가 담겨 있다. 곧 시대성을 읽는다는 것은 동시대 사람들의 숨겨진 마음을 읽는 일이다. 시대성을 기반으로 나온 아이디어는 그 어떤 것보다 보편적이고 쉽게 퍼진다.


p.27

"먼저 시대를 떠올려야 아이디어가 나온다."

-윤태호-


p.28~29

한국 사회의 점심문화는 단순히 밥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 저녁과 달리 점심은 주로 직장에서 해결한다. 여러 동료들과 함께하는 점심시간에는 사적이고 공적인 대화들이 수없이 오간다. 대화가 오가다 보면 메뉴도 오갈 수밖에 없다. 자기가 시킨 메뉴를 권하기도 하고, 상대의 음식을 가져다 먹기도 한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 건 일종의 '리추얼'이다. 점심시간에 음식을 나눠 먹고 대화를 주고 받으며 동료로서의 유대감을 쌓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일 메뉴보다는 다양한 메뉴가 더 어울린다.


게다가 피자는 나눠 먹는 재미가 큰 음식이다. 실제 피자집에서 피자만 시킨 적이 몇 번이나 되는가? 피자는 기본이고, 샐러드, 스파게티, 리조또 등 가급적 여러 가지 메뉴를 시키는 게 보통이다. 피자는 대형 사이즈를 주로 판매했기 대문에 점심메뉴로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내가 관찰한 일부 고객은 양이 많은 피자 대신 사이드 메뉴인 파스타와 리조또를 주문하기도 했다. 피자 매장에서 피자를 판매하지 못하다니, 얼마나 큰 손해인가. 그래서 과감히 피자의 사이즈와 가격을 줄이자고 제안한 것이다. 피자 가격은 줄었지만 피자와 사이드 메뉴까지 포함하면 테이블 단가는 올라갈 거라고 자신했다. 나는 1인용 피자뿐 아니라 파스타, 리조또 등 7가지의 6,000원짜리 메뉴를 동시에 제안했다. 셋이 와서 16,000원짜리 2~3인용 피자를 시키지 않고, 1인용 피자, 1인용 파스타, 1인용 리조또 등 다양한 메뉴를 주문하면 오히려 테이블 단가는 18,000원으로 상승할 거라는 것이 내 주장의 요지였다.


p.32

마케터의 주된 활동무대는 지금, 바로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끝난다면 단순한 판매자에 그칠 뿐이다. 진정한 마케터라면 대중과 미래를 연결시켜주어야 한다. 미래는 대중의 욕구 안에 존재하지만 아직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다. 마케터는 대중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선험적인 존재다. 혁신을 낳는 아이디어는 몽상이 아닌 시대성을 기반으로 탄생한다.


p.38

1990년대 중반까지 남성 속옷은 아주 당연하게도 남성 고객들을 상대로만 마케팅이 전개되었다. 누구도 이 점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선진적인 브랜드 전문가들이 실제 속옷 판매 동향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사실이 도출됐다. 남성 속옷을 구매하는 고객의 과반수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미국 최대 여성 속옷 전문회사인 '빅토리아시크릿'에서 진행하는 TV 패션쇼의 시청자 중 상당수가 남성이라는 사실처럼, 그때부터 남성 속옷의 타깃은 여성으로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남녀 고객의 타깃이 엇갈리는 경우는 또 있다. 옥션에서의 여자화장품 구매자 비율을 보면 남성이 무려 32%를 웃돈다. 강한 향을 싫어하거나 피부가 약한 남성들이 여자화장품을 쓰거나, 여자친구에게 화장품을 선물하려는 남자들이 매장에 가기보다 온라인 사이트를 찾기 때문이다.


p.39~40

예상 타깃에서 잘 팔렸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작업은 또 다른 이익을 낳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운동선수들이 손목 관절을 위해 차는 손목보호대는 임산부들에게 출산 후 관절을 보호해주는 산후조리용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엄마들이 모유 수유를 위해 자주 아이를 안아야 한다는 점도 손목보호대를 찾는 또 다른 이유다.


일명 '리빙박스'로 불리는 반투명 플라스틱 수납상자는 애초 의류나 액세서리 등을 수납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햄스터 등 작은 애완동물 케이지(집)로 인기가 높다. 애완동물용 케이지에 비해 가격은 절반이지만 크기가 크고 소음이 적기 때문이다.


유아를 위해 개발한 아기용품이 여성용품으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 옥션에서는 유아용 물티슈 구매고객의 35%가 바로 20대 여성이다. 유아용 비누 역시 여성 속옷용 세제로 둔갑(?)했다. 저자극성 제품을 원하는 여성들이 유아용 비누 등의 유아용품을 찾는다는 것이 옥션의 분석이다.


p.40~41

대형 마트의 맥주 매대를 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재미있는 현상이 눈에 띈다. 남성이 먼저 매대 앞으로 다가가서 사고 싶은 맥주를 손에 들고 함께 온 여성에게 사도 되냐는 신호를(허락을) 보낸다. 그때 여성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 두말하지 않고 이내 다른 브랜드를 집어 들고 여성의 선택을 기다린다. 집에서 맥주를 마시게 해준 배려도 고마운데 어찌 감히 브랜드 선택까지 욕심낼 수 있으랴. 집 밖에서 맥주를 마실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남성 위주의 시대와 달리 남녀 여럿이 단체로 맥주를 마시는 상황이기에, 함께 참석한 여성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도는 매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p.47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때

비전이 선명해진다.

밖을 보는 자는 꿈꾸는 자요,

안을 보는 자는 깨어 있는 자다.

카를 구스타프 융


p.50

모든 사람과 브랜드와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해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우연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필연'의 결과로 만드는 것이다. 애초 세상에 우연은 없다고 생각하자. 오로지 우연을 가장한 필연만 있을 뿐. 그러려면 파도가 아닌 바다의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p.52~54

미국은 거대한 나라다. 워낙 넓어서 지역마다 고유의 특성과 문화가 별개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는 LA를 보자. LA는 다른 미국의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떨어진다. 직장과 거주지역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대중교통보다 차를 갖고 다니도록 설계된 도시인만큼 자연히 자동차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집도 자연히 큰 집을 선호한다. 당연히 가전제품도 큰 집에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 뉴욕은 어떤가. 뉴욕 사람들이 유난히 옷을 잘 입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뉴욕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도시다. 땅값도 비싸고 집세도 어마어마해서 웬만한 직장인 연봉으로는 집에 돈을 쓰기 쉽지 않다. 자동차는? 교통체증과 주차비를 감안한다면 자연히 대중교통을 선호할 수밖에. 그렇다면 뉴욕 사람들은 어디에 돈을 쓸까? 소비는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뉴욕 사람들은 돈이나 시계, 가방 등으로 자신을 보여준다. 당신이 매우 섹시한 명품 시계를 팔아야 한다면 미국의 어느 주부터 공략하는 게 유리할까? 당연히 뉴욕이라고 답할지 모르겠지만, 현상 아래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답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 차이다.


파도는 순간의 물결이다. 수면 아래에는 파도보다 강한 바다의 흐름이 존재한다. 수면 위 파도만 보면,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바다의 흐름을 읽어야만 파도를 타고 바다를 즐길 수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트렌드는 파도일 뿐이다. 트렌드에 맞춘 기획과 전략을 짜기 전에 한 발 물러서서 판의 흐름을 점검해야 한다.


p.56

'우리도'라고 말하는 순간, 무엇이든 뒷북으로 전락한다. 언제나 '우리는'으로 가야 한다.


p.74

맛은 있지만 식후 포만감이나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꺼리는 음식들이 있다. 기름진 중국 음식이나 피자 등이 그것이다. 대신 한번 먹겠다고 작정하면 허리띠를 풀러놓고 먹는다. 먹으면서 살찔 걱정을 하기보다 간만에 얻는 포만감에서 정신적 만족을 얻겠다는 심리다. 따라서 배부름이 적은 중국 음식이나 기름기가 적은 피자는 오히려 외면당하기 쉽다. 실제 맛있는데 맛없어 보이는 부작용까지 발생한다. 애초부터 원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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