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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149

바람이 분다, 가라 p.41 함부로 요약하지 마라. 함부로 지껄이지 마. 그 빌어먹을 사랑으로 떨리는 입술을 닥쳐. p.52~53난 말이지, 정희야.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 ...... 나를 사랑한다는 그 어떤 남자의 말은,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고, 내가 그를 위해 많은 걸 버려주길 바란다는 말일 수도 있지. 단순히 나를 소유하고 싶거나, 심이저 나를 자기 몸에 맞게 구부려서, 그 변형된 형태를 갖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고, 자신의 무서운 공허나 외로움을 틀어막아달라는 말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야. p.63~64먼저 고백해야만 한다.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고내 눈물을 믿지 않는다고.내 진.. 2016. 6. 19.
희랍어시간 p.47 독순술 수업에서 배운대로, 무슨 말이든 나에게 해줄 수 있어요? 당신은 주의 깊게 내 입술을 들여다보았고, 멍한 시선으로 내 눈을 마주 보았습니다. 나는 찬찬히 더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함께 살게 될 것이고, 나는 눈이 멀 것이라고. 내가 보지 못하게 될 때 그 때는 말이 필요할 거라고. p.49 완전한 어둠속으로 내가 걸어들어갈 때, 이 끈질긴 고통 없이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 p.105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해치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다는 걸 논증하는 부분에서요. 안염이 눈을 파괴해 못 보도록 만들고, 녹이 쇠를 파괴해 완전히 부스러뜨린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들과 유비를 이루는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겁니까? p.112.. 2016. 6. 14.
천국보다 낯선 p.29 불행한 일이지만,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사랑의 길이 아니다. 사랑은 때때로 우리를 구원하지만, 아니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이 세계의 진실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세계의 진실이란 밤처럼 냉정한 것이다. 그것은 차라리 사랑이 완전하게 사라진 상태에 가깝다. 우리가 그것을 깨닫는 것은, 대개 이미 늦은 다음이지만 p.30죽음이란, 말하자면 저 높고 거대한 밤하늘과 같지 않은가.우리의 인생이란 저 밤하늘에서 희미하게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에 불과한건 아닌가...... p.36평정을 잃는다는 것은 곧 실패를 의미하니까, 실패한다는 것은 이 세계의 주변부로 밀려난다는 걸 의미하니까 p.56무수한 원인과 결과가 얽혀 이 세계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다가, 무너지는데 5분이란 얼마나.. 2016. 6. 12.
나무를 심은 사람 p.11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2016. 3. 27.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1) p.7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영혼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잠자리를 함께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꿈에 그리던 남자나 여자와 만나게 될 운명이라고 믿는다면 용서받지 못할까?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고통스러운 갈망을 해소해줄 존재에 대한 미신적인 믿음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일까? 우리의 기도는 절대로 응답받을 수 없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참한 순환에는 끝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에 하나 하늘이 우리를 가엾게 여겨 우리가 그리던 왕자나 공주를 만나게 해준다면, 그 만남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한 번만이라도 논리에서 벗어나서 그 만남이 우리의 낭만적 운명의 징표라고 해석할 수는 없을까? .. 2015. 11. 21.
살인자의 기억법 p.8 시인은 숙련된 킬러처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하는 존재입니다. p.44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p.51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p.63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p.129 오이디푸스는 무지에서 망각으로, 망각에서 파멸로 진행했다. 나는 정확히 그 반대다. 파멸에서 망각.. 2015.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