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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140

나무를 심은 사람 p.11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2016. 3. 27.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1) p.7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영혼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잠자리를 함께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꿈에 그리던 남자나 여자와 만나게 될 운명이라고 믿는다면 용서받지 못할까?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고통스러운 갈망을 해소해줄 존재에 대한 미신적인 믿음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일까? 우리의 기도는 절대로 응답받을 수 없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참한 순환에는 끝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에 하나 하늘이 우리를 가엾게 여겨 우리가 그리던 왕자나 공주를 만나게 해준다면, 그 만남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한 번만이라도 논리에서 벗어나서 그 만남이 우리의 낭만적 운명의 징표라고 해석할 수는 없을까? .. 2015. 11. 21.
살인자의 기억법 p.8 시인은 숙련된 킬러처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하는 존재입니다. p.44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약한 감정이다. 공포나 분노, 질투 같은 게 강한 감정이다. 공포와 분노 속에서는 잠이 안 온다. 죄책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는 웃는다. 인생도 모르는 작자들이 어디서 약을 팔고 있나. p.51 인간을 틀 몇 개로 재단하면서 평생을 사는 바보들이 있다.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좀 위험하다. 자신들의 그 앙상한 틀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은 가늠조차 못 할 테니까. p.63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p.129 오이디푸스는 무지에서 망각으로, 망각에서 파멸로 진행했다. 나는 정확히 그 반대다. 파멸에서 망각.. 2015. 11. 13.
김영하 퀴즈쇼 (2) p.110~111 존경하는 찰스 다윈 선생님. 말해주세요. 저는 이 세계의 적자일까요? 아무래도 아닌 것만 같거든요. 각 개체는 자기가 이 세계의 적자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나요? 그냥 겪으면 알게 되나요? 그냥 겪어보고, "이런, 나는 이 세계의 강자도 아니고 적자도 아니었잖아? 그럼 여러분, 이만 안녕!" 이러면서 퇴장하면 되는건가요? 그건 너무 비정하잖아요. 인생은 한 번뿐인데,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건가요? 인생이라는 게 패자부활전도 없는 그런 잔혹한, 만인 대 만인이 투쟁하는 냉정한 게임인가요? 다윈은 말이 없었다. 나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형광등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형광등에게라도 묻고 싶었다. 형광등아, 조명의 세계에서 다른 모든 조명들을 이기고 살아남은 국민조명 형광등아. 별.. 2015. 11. 10.
김영하 - 퀴즈쇼 (1) p.18 어째서 환상은 현실보다 더 지독하게 우리를 괴롭히는가. 스크린 속 표독스런 배우 최인숙의 가짜 죽음은 머리가 하얗게 센 고집쟁이 외할머니의 진짜 죽음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다. p.28 여자를 달래는 것은 권투에서 잽을 먹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해서 언제 상대방을 다운시키나 싶지만 계속 하다보면 꽤 효과가 있다. 잽이 안 통한다고 갑자기 강력한 펀치를 날려서는 안 된다. 그럼 모든게 파장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p.32 나이 스물일곱의 멀쩡한 남자가 이럴 때 전화 한통 받아줄 친구가, 나와서 소주 한잔 같이 하자고 편하게 얘기할 친구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게 과연 정상일까? p.55 "우선 생각을 하는게 중요하거든. 그리고 틀리더라도 일단 자기 답을 준비해둬야 하는거야." p.55 "세상.. 2015. 11. 9.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5)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세계문학전집234)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주) | 2010-05-1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 p.256 변기 끈을 잡아당겨 물이 꾸르륵 소리를 내며 휩쓸려 내려가면 육체는 자신의 추한 꼴을 잊고 인간은 자기 내장의 배설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도록 건축가가 불가능한 일을 실현한 것이다. 하수관은 아파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지만 우리 시선으로부터 세심하게 감춰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배설물로 가득 찬 베네치아 위에 우리 화장실, 침실, 댄스홀, 그리고 우리의 국회가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간다. p.263 사랑이 탄생하는 순간은 이런 것과 유사하리라는 것을 테레자는.. 2015.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