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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150

편의점인간 p.31 나는 아까와 같은 음색으로 큰 소리로 인사하고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p. 2018. 3. 4.
한국이 싫어서 p.12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p.25젊은 남자들이 「고해」노랫말에 빠지는 이유는 알 것 같아. 예쁜 여자들이 자기한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까 좌절감이 들 거 아냐. 그 좌절감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다가 자뻑의 길을 택하는 거지. 그게 된장녀 어쩌고 하며 못 먹는 감에 돌 던지는 못된 심보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2018. 3. 3.
양을 쫓는 모험(상) p.71 당신의 인생이 따분한 게 아니라 당신이 따분한 인생을 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나요? 2018. 2. 8.
여자없는 남자들 p.37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드라이브 마이 카 中 p.49가후쿠 씨,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드라이브 마이 카 中 p.51아무리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자기만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 하지만 나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분명하게 들여다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나 자신의 마음과 솔직하게 타협하는 것 아닐까요? 진정으로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나 자.. 2017. 12. 31.
사랑의 생애 p.9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p. 2017. 12. 9.
죄와 벌, 몰락하는 자의 뒷모습 p.10~11 윤리적인 개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윤리적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을 뜻할까? 이타적인 삶, 사회에 선한 일을 하는 삶, 희생하는 삶 ...... 도스토옙스키라면 이런 답들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쯤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윤리란 남을 생각하기에 앞서 자신을 생각하는 데에서 도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타인이 아니라, 사회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심사숙고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사회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다.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내가 가장 고양되는 순간을 탐구하고, 그럼으로써 내가 변신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 그게 무엇보다 윤리적인 삶이다. 왜냐고? 왜 그게 방종이 아니라 윤리적인 삶이냐고? 부정어법으로 대답해보련.. 2017.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