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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3) p.97~98 "인간정신은 그가 적당한 개념을 설정할 수 없는 실체 앞에서는 망설여지는 법이다"라는 질송의 말처럼, 보이지 않고 사고할 수도 없으며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대상 앞에서 우리의 이성은 절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알고 보면 바로 이것이 우리가 부단히 '존재'를 망각하고 '존재물'에 집착하게 되는 근본적 이유이며, '신'에게서 돌아서서 '세상'으로 향하게 되는 원초적 까닭인 것입니다. "내가 그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요한복음 20:25)라고 했던 '의심 많은 도마'의 애달픈 고백을 보세요. 여기서 우리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존재보다는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는 존재물을, 다시 말해 .. 2015. 11. 30.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6) p.130~131 1998년,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파산은 효율적 시장 이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 회사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 기반을 둔 블랙숄스 모델Black & Scholes option pricing model로 노벨상을 받은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마이런 숄스Myron Scholes 교수와 또 다른 노벨상 수사아인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교수가 참여한 것으로 유명했다. 롱텀캐피털은 세계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모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된 채권을 사고 반대로 고평가된 것으로 분석된 채권을 공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 같은 방식의 거래로 롱텀캐피털은 연 평균 40%가 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은 효율적 시장 가설에.. 2015. 11. 30.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5) p.114~115 19세기 영국은 강력한 제조업 기반이 있었다. 1860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20%를 유럽 서쪽의 작은 섬나라인 영국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제조업 생산 역량은 영국을 세계 무역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1870년, 영국은 세계 제조업 무역량의 절반에 가까운 46%를 차지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런데 무역 거래는 계약이 이뤄지고 물건을 인도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이동 거리도 멀어서 그에 따른 위험성도 매우 크다. 이 같은 무역 거래의 특성을 보완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일찍부터 금융 산업이 발달했다. 우선 무역을 하는 데는 거래 상대의 신뢰도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신용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발달했다. 또 무역 게약에서 인도까지 오랜 시간이 거릴는 만큼 신용 .. 2015. 11. 30.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4) p.82~84 당시 미국에서는 소수의 부자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이 함께 번영을 누렸다. 미국 가계의 실질 소득이 해마다 평균 2.8%나 늘었다. 특히 소득 순위가 하위 50%인 미국인들은 이 기간에 소득이 두 배 가까이나 빠르게 늘어났다. 2007년 가치로 환산했을 때 1947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의 가게 수입은 평균 2만 5,000달러에서 5만 5,000달러로 늘어났다. 번영의 시대에 미국은 지금과 달리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실업에 대한 재교육과 재취업제도는 당시 사회주의를 추구하던 유럽보다도 앞서 있었다. 1950년대 중반에는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미국 역사상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러나 노조에 대한 시장경제학자들의 우려와는 달리, 미국의 시간당 생산.. 2015. 11. 30.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2) p.74~75 간혹 [다윈=마르크스-프로이트]가 [현대세계를 창조한 삼위일체]로 인용되고 있다. 만약 이 세상에 정의라는 것이 있다면 마르크스는 빼고 테일러를 대신 집어넣어야만 한다. 그러나 테일러가 그에 걸맞는 영광을 누리지 못한 것은 사소한 문제이다. 그렇지만 지난 100여년간의 폭발적인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선진국 경제를 창조한 것은 작업에 대한 지식의 적용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적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기술자들은 기계에, 경제학자들은 자본투자에 그 공을 돌리고 있다. 자본주의 역사의 처음 100년간, 즉 1880년을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의 100년 동안 기계와 자본에 대한 투자는 굉장한 성과를 올렸다. 기술이나 자본은, 두번째 100년간(1880년 이후 1980년까지)은 처음의 .. 2015. 11. 29.
2015년 빚더미가 몰려온다(3) p.61 헝가리의 경우, 경기가 한창 좋았던 2000년대에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헝가리인들은 빚을 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그런데 헝가리 국내 이자율은 장기 대출을 받기에는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자가 훨씬 싼 스위스 프랑이나 유로화로 돈을 빌렸다. 외국 은행들이 헝가리 포린트Forint화로 돈을 빌려주려면 우선 자국 통화를 포린트화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때 포린트화 가치가 떨어지면 이자를 받아도 오히려 손해를 볼 수가 있다. 이 같은 환율변동 위험 때문에 외국 은행들이 포린트화로 대출해 줄 때는 더 높은 금리를 받으려 했고, 그래도 헝가리인들은 더 싼 이자만 좇아 전체 대출의 3분의 2를 외국 통화로 빌렸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오자 하루아침에 포린트화 가치가 반 토막 났다. .. 2015.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