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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74

병자호란 1 p.4~5 1675년(숙종 1) 봄, 만주 벌판을 달려온 한 사내가 압록강의 중강中江에 도착했다. 사내의 이름은 안단安端. 청나라를 탈출하여 조선으로 향하던 도망자였다. 그의 역정은 기구했다. 병자호란이 일어났던 1636년, 안단은 청군에게 붙잡혀 심양으로 끌려가 노비가 된다. 그리고 1644년, 청이 북경을 차지하자 자신의 주인을 따라 그곳으로 이주한다. 1674년, 오매불망 고국으로의 귀환을 열망하던 안단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주인이 북경을 비웠던 것이다. 1673년 오삼계吳三桂 등이 반란을 일으켜 강남이 혼란에 빠지자, 안단의 주인은 진압군으로 차출되어 강남으로 떠나게 되었다. 주인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안단은 탈출을 감행한다. 물경 38년 만의 시도였다. 북경을 출발하여 산해관을 통과하고 .. 2017. 4. 30.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p.5우리는 흔히 일본과 비교하면서 근대화에 실패한 조선을 비난한다. 일리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대로 당시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근대화를 이루지 못했다. 조선이 열등했다기보다는 평범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조선이 아니라 일본이 특이했던 것이다. p.7위기감은 퇴영적인 쇄국으로 나아가게도 하지만, 반대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적극적인 체제 변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p.8~9구체제의 각 행위자들이 구질서 내에서 어떤 행동과 조치를취하는가, 즉 어떤 역사적 선택을 하는가 하는 것은 그 사회의 향방에, 또 변혁 세력의 운명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변혁 세력만이 아니라 구체제 세력의 행동 양태에 좀 더 유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p.10일본은 18세기 말부터 급속히 유학이 확산되었다. 19세기는.. 2017. 3. 24.
영조와 네 개의 죽음(1) p.13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한 군주가 어떻게 하늘의 헌법을 지상에서 구현하는 막중한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게 도울 것인가? 이것이 동양 정치철학의 과제였습니다. 그리고 그 어느 시대 어느 왕조에서도 조선만큼 이 과제를 처절하게 고민하고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p.15저는 왜 하필 이 자리에서 깊은한이자 상처인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일까요? 바로 이 모든 죽음들이 제왕에게는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로서의 의미일 뿐 아니라, 보다 의미심장한 정치적 의미를 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개인으로서 뼈저리는 슬픔이었습니다만, 어느 경우에는 정치적인 축복이, 또 어느 경우에는 저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인간이자 한 나라의 대표자로서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죽음도 있었고, 바라지는 않아도 받아들여야 .. 2016. 7. 21.
대항해시대(1) p.5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근대 해양 세계의 팽창이다. 비교적 고립되어 발전해왔던 각 문명권들은 15세기 이후 외부 세계를 향해 활기찬 해상 팽창을 시도하였다. 세계의 여러 지역들이 바다를 통해 접촉하고 교류하는 가운데 전 지구적인 해상 네트워크가 구축되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과 상품만이 아니라 가축과 농작물, 혹은 다양한 생태계 요소들이 먼 바다를 넘어 전달되었고, 지식과 정보, 사상과 종교가 교환되었다. 그러나 해양 네트워크의 발전은 단순히 상호 교류의 수평적인 확대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호 접촉과 소통은 곧 갈등과 지배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세계의 수직적인 구조의 형성으로 귀결되었다. p.715~18세기만 해도 유럽은 아직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지구적인 네트워크는 전 세계의 문.. 2016. 7. 5.
역사의 연구 I (1) 역사의 연구 I - 더스타일 출판 p.58종교개혁은 북서부 유럽 전체가 남부 유럽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운동이었다. p.59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에 관해서는 경제사학자 해먼드(Hammond) 부부를 넘어설 권위자가 없다. 두 사람은 함께 쓴 [근대 산업의 출현(The Rise of Modern Industry)]이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산업혁명이 다른 나라가 아닌 바로 영국에서 일어난 사실을 가장 잘 설명하는 요인은 영국이 처한 두 가지 위치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나는 18세기 무렵 영국이 세계에서 차지한 일반적인 위치, 즉 대서양과 관련한 영국의 지리적 위치였고, 다른 하나는 영국이 유럽 제국들 간에 형성한 세력균형과 관련된 영국의 정치적 위치였다. p.60역사에 작용하는 힘은 한 민족뿐만 아니라 좀.. 2016. 6. 11.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3) p.97~98 "인간정신은 그가 적당한 개념을 설정할 수 없는 실체 앞에서는 망설여지는 법이다"라는 질송의 말처럼, 보이지 않고 사고할 수도 없으며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대상 앞에서 우리의 이성은 절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알고 보면 바로 이것이 우리가 부단히 '존재'를 망각하고 '존재물'에 집착하게 되는 근본적 이유이며, '신'에게서 돌아서서 '세상'으로 향하게 되는 원초적 까닭인 것입니다. "내가 그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요한복음 20:25)라고 했던 '의심 많은 도마'의 애달픈 고백을 보세요. 여기서 우리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존재보다는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는 존재물을, 다시 말해 .. 2015.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