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149 불멸 p.10 비록 얼굴과 육신은 이미 매력을 상실했다지만, 그 미소와 손짓에는 매력이 가득했다. 그것은 매력 잃은 육신 속에 가라앉아 있던 한 몸짓의 매력이었다. 그 부인이라고 해서 자신이 이제 더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테지만, 그녀는 그 순간만은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부를 통해서 시간을 초월하여 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이 없이 살면서, 어떤 이례적인 순간들에만 나이를 의식하는 것이리라. p.23~24 아녜스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조물주가 컴퓨터에다 자세한 프로그램이 들어 있는 디스켓을 넣어 두고 떠나 버렸다는 생각.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한 후 버림받은 인간들 손에 맡겨버렸고, 그래서 지금 인간들이 신에게 길을 물으며 메아리 없는.. 2022. 2. 17. 은하영웅전설 2 p.13 무수한 별들이 무수한 빛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힘은 미약했으며, 무한히 펼쳐진 공간 대부분은 연마된 흑요석과도 같은 암흑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끝이 없는 어둠, 무한한 허무, 상상을 초월하는 한랭, 이들을 인간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저 무시할 뿐이다. 우주는 광대하나,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다. 인간이란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의 범주 내에만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인간은 우주를 무미건조하게 구분한다. 거주가 가능한 구역과 불가능한 구역으로. 항행이 가능한 구역과 불가능한 구역으로. 그리고 가장 구제할 길 없는 인간들, 즉 직업군인은 적이 지배하는 구역과 아군이 지배하는 구역, 빼앗아야 할 구역과 지켜야 할 구역, 혹은 싸우기 용이한 구역과 어려운 구역 등, 온갖 공간과 별들을 분류하는 것.. 2022. 2. 17. 은하영웅전설1 https://link.coupang.com/a/jz6sE 은하영웅전설. 1: 여명편 COUPANG www.coupang.com p.16 [역사를 돌이켜 보았을 때, 민중이란 본래 자주적 사고와 그에 수반한 책임보다도 명령과 종속과 그에 따른 책임 면제를 선호한다. 루돌프의 등장은 이를 한 번 예증하는 것이었다. 민주정치 체제에서 일어난 실정은 부적절한 위정자를 선택한 민중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지만, 전제정치에서는 그렇지 않다. 민중은 자기반성보다도 마음 편히, 무책임하게 위정자를 험담할 수 있는 처지를 선호하는 법이다.] 후대의 D. 싱클레어라는 역사학자는 이렇게 기술했다. 그 평가가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분명히 루돌프를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p.54~55 소년.. 2022. 2. 12. 기억 2 p.122 우리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오류의 예를 몇 가지 들어 보자. 선천적 시각 장애인이었던 호메로스가 를 썼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는 음유 시인, 다시 말해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읊는 사람이었다. 그의 숭배자들이 를 집필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통 속에서 살았다고 알려진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나무통이 아니라 항아리에서 지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아테네에는 아직 나무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이다. 그리스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일원이었던 클레오파트라는 주로 그리스어를 사용했고, 옷을 입고 꾸미는 것도 그리스식이었다. p.213 때로는 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가면 상황은 변하게 돼 있으니까. 밑에 있던 건 올라가고 위에 있던 건 내려오지... 2022. 1. 16. 기억1 p.45 수많은 사람이 눈밭에서 목숨만 잃고 끝난 전투였어.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말이야. 그 전투가 프랑수아 1세 한테는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긴 했지. 마리냐노 전투의 위대한 승리자를 자처하며 지휘관으로서의 카리스마를 과시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날 베네치아 군대의 개입이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건 사람들 기억에 없지. 그 후 프랑수아 1세는 승전 지휘관으로서 백성들에게 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어. 이 사건은 우리에게 한 가지 시사점을 준단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역사가들이 무엇을 기술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지. p.69~70 여러분,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이야기는 알고 있죠? 신화에서는 황소의 머리를 가진 괴물 미노타우로스에게 아테네인들이 젊은 남녀 일곱.. 2022. 1. 6. 빛의 호위 p.13 전쟁의 비극은 철로 된 무기나 무너진 건물이 아니라 죽은 연인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는젊은 여성의 젖은 눈동자 같은 데서 발견되어야 한다. 전쟁이 없었다면 당신이나 나만큼만 울었을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 그 자체니까. 2021. 12. 28.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