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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139

꿀벌의 예언 1 p.23~24 지금처럼 계속 미래에 관심을 가지게. 저 나무가 시간을 상징한다고 한번 생각해 봐. 뿌리는 과거를, 줄기는 현재를, 가지는 미래에 해당한다고 말이야. 과거는 땅에 묻혀 있어 보이지 않지. 그래서 우리가 실제로 보는 대상이 아니라, 머릿속에만 떠올리는 대상인 거야. 과거는 땅속 깊이 뻗어 있는 긴 뿌리들 속에 흩어져 있어. 이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단단하고 선명하지. 하나의 줄기 속에 들어 있거든. 미래는 나뭇잎이 달린 무수한 가지들로 이루어져 있어. 실현 가능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의미하는 무성한 나뭇잎들은 서로 경쟁하듯 자라나. 그러다가 햇빛과 수액이 부족한 나뭇잎은 말라 죽게 되지. 나뭇가지 전체가 꺾여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 이건 어떤 미래의 방향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지. 하지만 하.. 2023. 9. 2.
이토록 평범한 미래 p.18~19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정말 행복하구나'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으리라. 행복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왜 불안해지는가? '행복'이라는 말이 실제 행복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대신한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뜻이 달라질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야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이야기의 형식은 언어다. 따라서 인간의 정체성 역시 어떻게.. 2023. 8. 2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13 파르메니데스는 이렇게 답했다. 가벼운 것이 긍정적이고 무거운 것이 부정적이라고. 그의 말이 맞을까? 이것이 문제다. 오직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 - 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p.15~16 그녀의 입술에서 신열의 약간 텁텁한 냄새가 느껴졌고그는 마치 그녀 육체의 은밀함 속에 파묻히고 싶다는 듯 그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 순간 그녀가 오래전부터 그의 몸속에 있어왔고 지금 죽어가고 있다는 상상이 들었다. 불현듯 그녀가 죽고나면 자신도 살아남지 못하리란 것이 너무도 당연한 진실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녀 곁에 나란히 누워 함께 죽고 싶었다. 그는 이러한 상상에 잠겨 그녀의 얼굴에 뺨을 대고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그는 그 순간을 떠올렸다. 그.. 2023. 8. 20.
흑뢰성 p.13 전진하면 극락, 후퇴하면 지옥 2023. 8. 18.
마음에 달려있으니 - 퇴마록 국내편 1 전설처럼 회자되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퇴마록. 퇴마록이라는 3글자만으로 모든게 설명가능한 그 책. 이제야 읽었다. 그리고 놀라웠다. 이우혁이라는 작가는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일까. 소설 속에 담긴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상상이상이었다.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았고 갖가지 이론을 다 가져다 썼다. 더구나 그는 인문학 전공자도 아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 정도의 깊은 지식을 알고 있는걸까. 물론 당연히 각 분야 전문가가 보기엔 허접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 지식을 알 수 있을까 싶다. 무튼 퇴마록 국내편 1권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心이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지만, 그 속에서 계속 강조하는건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게걸스러.. 2023. 7. 3.
은하영웅전설 외전 5 p.13 전쟁은 재생산으로 매듭지을 수 없는 거대한 소비 시스템이며 죽음과 파괴의 블랙홀을 향해 인명과 에너지와 물자를 무한히 투입하는 불모의 경제행위이다. p.14 "린치 제독의 부인과 입체 TV로 대담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60분 편성이고, 출연료로 1만 디나르를 드리겠습니다. 시청률이 1퍼센트 오를 때마다 러닝 개런티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세상에는 타인의 심장에 뚫린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빨며 살아가는 작자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양이 영웅으로 추앙받는 반면, 도망친 린치 제독의 부인은 아이들과 함께 관사에서 쫓겨나 친정에 모습을 감추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양의 책임은 아니지만 뒷맛이 씁쓸한 것은 어쩌지 못했다. 젊은 여성독자를 대.. 2023.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