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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139

이국에서 p.35 노련한 정치가인 보스에게 상대방의 난처함은 동정할 이유가 아니라 이용할 기회이다. 측근이라고 다를 리 없다. p.38 보스가 정치의 영역으로 불렀을 때도 그는 어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어머니가 그때 한 말을 그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해라. 너를 위한 일인지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남을 위해 일하더라도 네가 원하는 일을 하라는 뜻이다." 그는 그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기가 그 일을 원하는지 생각했다. 그때 그는 원하는 것과 위하는 것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을 때 했던 고민이 사라지자 마침내 결단할 수 있었다. 그때 그는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선택했다. p.46 그렇다고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계.. 2023. 3. 15.
재수사 1권 p.25 팀장님 말씀이, 아니라는 거야. 범인은 경찰 조직 전체가 함께 잡는 거지, 형사 하나가 잡는 게 아니라고. 사건이 나면 신고를 받는 사람이 있고, 현장에 나가서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증거를 분석하는 사람도 있고, 목격자 찾아다니면서 진술 받는 사람도 있고, 용의자 몽타주를 그리는 사람도 있고, 수배 전단을 전국 곳곳에 붙이는 사람도 있다, 그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범인을 잡는 거다, 그러시더라고. 뭐 말하자면 이게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거지, 수사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은 더 큰 시스템의 한 부분인 거야. 경찰은 수사를 하고, 검찰은 기소를 하고, 법원은 재판을 하고, 교도소에서 범인을 가두고 벌을 주지. 뭐, 이건 형사사법시스템이라고 불러야하나? 그 큰 시스템을 생각해보.. 2023. 3. 11.
지구 끝의 온실 p.77 "나도 어느 순간 깨달았지. 싫은 놈들이 망해버려야지. 세계가 다 망할 필요는 없다고. 그때부터 나는 오래 살아서, 절대 망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단다. 그 대신 싫은 놈들이 망하는 꼴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성공하셨나요?"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아. 그놈들도 아직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덕분에 살아가며 다른 좋은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지. 전부 망해버렸다면 아마도 못 봤을 것들이지." 아영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할래요. 다 끝나는 건 좋지 않다고요." p.165 "세상이 망해가는데, 어른들은 항상 쓸데없는 걸 우리한테 가르치려고 해."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왜 망해가는 세상에서 어른들은 굳이 학교 같은 것을 만든 걸까 .. 2023. 3. 5.
작별인사 오랜만에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에 읽은 이유는 그가 오랜만에 책을 발간했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예전에 만났던 김영하의 소설이 그랬듯 김영하는 자신의 색채를 잃지 않았다. 깊은 몰입감 그리고 빠른 전개를 통해 소설로 영화를 보는 느낌을 전달하는 특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약간 지식 전달에 촛점을 많이 맞춘 나머지 설명이 이전 작품 대비해서도 더 많아진 것 같다. 약간 강의록처럼 느껴진달까. 그런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김영하 개인의 색채가 남아있다는 게 그 단점들을 상쇄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봤던 [인류멸망보고서]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소설은 어쩌면 이 영화의 개정판 버전의 소설인 느낌을 주었다. 문제의식도, 전개방.. 2023. 2. 25.
제5도살장 p.preface 제 5 도 살 장 혹은 소 년 십 자 군 죽 음 과 억 지 로 춘 춤 커트 보니것 오래전 전투력을 상실한 미국 보병 정찰대원으로서, 전쟁 포로로서, '엘베 강의 피렌체'라고 부르는 독일의 드레스덴 폭격을 목격했고, 또 살아남아 그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것은 비행접시를 보낸 트랄파마도어 행성의 이야기들을 약간 전신문체적이고 정신분열증적인 방식으로 다룬 소설이다. 평화를. p.16 오랜 세월 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그럴 때면 대개 내가 주로 하는 일은 드레스덴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번은 영화 제작자 해리슨 스타에게도 그렇게 말했더니, 그는 눈썹을 추켜올리며 물었다. "그거 반전 책이오?" "네." 내가 말했다. "그런 .. 2023. 2. 6.
난생처음 도전하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p.19 [햄릿]의 시작 장면에서 보여주는 초병들의 불안감과 으스스한 분위기는 작품 속 덴마크 왕국의 정치적 불안감을 암시한다. 나아가 이것은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처음 발표했던 1601년경 영국의 정치적 불안정서어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당시 영국의 군주였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미혼 상태로 마땅한 후계자 없이 늙어가다가 1603년 사망했다. 확실한 후계자 없이 군주가 사망하면 왕위 계승을 놓고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수 있기에 정국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집권 말기, 마치 어둠 속에 있듯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정권 교체기의 정치적 불안감이 작품 첫 부분에 잘 녹아 있다. p.28-29 내 눈에는 뭔가 수상하고 의구심이 있는데 지금 덴마크에서는 아무도 권력자.. 2023.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