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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149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p.5 최악은 지나갔다는 안도와 곧 진짜 최악이 오리라는 불길한 예감 사이에 이 세계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p.80~81 악몽에서 깰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때마다 허기 때문에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실제적인 가혹함이었다. 배를 채우고 나면 고아의 삶에서나 가능한 상황들이 하나하나 그려지곤 했다. 연고 없는 도시에 혼자 내던져진대도 돈을 들고 달려오거나 내 무사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으리란 것도 그때 내가 그려본 상황들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2023. 1. 16.
십이국기 3 - 동의 해신 서의 창해 p.16~17 돌아가면 부모가 곤란해지리라는 사실을 아이는 알고 있었다. 도읍은 불타고, 주위에는 온통 죽은 이들의 송장이 널렸다. 아버지를 고용했던 남자는 서군의 병졸에게 살해당했다. 직업도 어벗고 집도 절도 없이, 일가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도 못 하면서 밥만 축내는 아이를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한다. 아이는 눈을 감고 흐리멍덩해지는 의식에 몸을 내맡겼다. 잠에 빠지기 전에 짐승이 풀을 헤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 여기서 기다릴게.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리를 잡고 행복해진 일가가 어느 날 아이를 떠올리고 넋을 애도하러 찾아와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언제까지고 기다릴게. 2023. 1. 8.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p.33 다시 명백한 영웅이 되고 싶다는 희망에 불 지펴진 그는 자신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 시는 물론, 선원들도 바보가 아니다. 선원들은 오디세우스를 배에다 더 단단히 묶어둔다. 그들은 향수의 환영, 영웅적인 삶이 가능했던 옛날 세계에 대한 동경에 걸려 난파하지 않을 것이다. [오디세이아]라는 작품이 인식하고 있듯이, 세상에서 잘 살아나가려면 향수에 저항해야만 하니까. 우리가 이미 올라타고 있는 배에 머물러야 하고, 현재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 돛대를 적절히 조종해야 하며, 돛이 제대로 바람을 타고 갈 수 있도록 그게 얼마나 부풀었는지,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지, 돛의 아.. 2023. 1. 1.
십이국기2 -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p.234 왕이라는 자리는 인품만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여린 왕은 나라를 어지럽히고, 고상한 왕은 나라의 기둥뿌리를 뽑죠. 2022. 12. 28.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p.35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와 비슷하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당번병이 우리가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만 써야 한다. '당번병은 우리에게 모포.. 2022. 11. 27.
은하영웅전설 외전 3 p.35 진실이란 생일과 같아서 사람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법이란다. 진실이 같지 않다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p.56 역사란 과거에 완결된 것이 아니므로, 과거에 뿌린 씨가 땅속으로 파고들어도 언젠가는 결실을 맺는다. p.58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급과 정보지.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전투를 할 수 없어. 전쟁을 굳이 하나의 경제활동에 비유한다면, 보급과 정보가 생산이고 전투가 소비에 해당하는 거야. p.98 선조를 자랑하는 것은 자손이 몬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뿐 아닐까? 정리를 전부 마치는 것은 무리였으므로 적당히 분류해놓은 다음 자기 전에 차를 마셨다. "양 제독님의 선조 중에는 어떤 분이 계시나요?" 양 제독님의 대답 "글쎄. 잘은 모르겠다만 10억 년쯤 전엔 지구의 원시해.. 2022.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