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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140

난생처음 도전하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p.19 [햄릿]의 시작 장면에서 보여주는 초병들의 불안감과 으스스한 분위기는 작품 속 덴마크 왕국의 정치적 불안감을 암시한다. 나아가 이것은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처음 발표했던 1601년경 영국의 정치적 불안정서어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당시 영국의 군주였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미혼 상태로 마땅한 후계자 없이 늙어가다가 1603년 사망했다. 확실한 후계자 없이 군주가 사망하면 왕위 계승을 놓고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수 있기에 정국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집권 말기, 마치 어둠 속에 있듯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정권 교체기의 정치적 불안감이 작품 첫 부분에 잘 녹아 있다. p.28-29 내 눈에는 뭔가 수상하고 의구심이 있는데 지금 덴마크에서는 아무도 권력자.. 2023. 2. 6.
작별하지 않는다 p.17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징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반쯤 넘어진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 당신처럼. 살고 싶어서 너를 떠나는 거야. 사는 것같이 살고 싶어서. p.26~27 그때 알았다. 파도가 휩쓸어가버린 저 아래의 뼈들을 등지고 가야 한다. 무릎까지 퍼렇게 차오른 물을 가르며 걸어서, 더 늦기 전에 능선으로. 아무것도 기다리지 말고, 누구의 도움도 믿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등성이 끝까지. 거기, 가장 높은 곳에 박힌 나무들 위로 부스러지는 흰 결정들이 보일때까지. 시간이 없으니까. 단지 그것밖엔 길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계속하길 원한다면. 삶을. p.44-45 눈은 거의 언제나 비.. 2023. 2. 5.
파친코 1 p.15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2023. 1. 16.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p.5 최악은 지나갔다는 안도와 곧 진짜 최악이 오리라는 불길한 예감 사이에 이 세계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p.80~81 악몽에서 깰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그때마다 허기 때문에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오히려 실제적인 가혹함이었다. 배를 채우고 나면 고아의 삶에서나 가능한 상황들이 하나하나 그려지곤 했다. 연고 없는 도시에 혼자 내던져진대도 돈을 들고 달려오거나 내 무사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으리란 것도 그때 내가 그려본 상황들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2023. 1. 16.
십이국기 3 - 동의 해신 서의 창해 p.16~17 돌아가면 부모가 곤란해지리라는 사실을 아이는 알고 있었다. 도읍은 불타고, 주위에는 온통 죽은 이들의 송장이 널렸다. 아버지를 고용했던 남자는 서군의 병졸에게 살해당했다. 직업도 어벗고 집도 절도 없이, 일가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도 못 하면서 밥만 축내는 아이를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한다. 아이는 눈을 감고 흐리멍덩해지는 의식에 몸을 내맡겼다. 잠에 빠지기 전에 짐승이 풀을 헤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 여기서 기다릴게. 어떻게든 살아남아 자리를 잡고 행복해진 일가가 어느 날 아이를 떠올리고 넋을 애도하러 찾아와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언제까지고 기다릴게. 2023. 1. 8.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p.33 다시 명백한 영웅이 되고 싶다는 희망에 불 지펴진 그는 자신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 시는 물론, 선원들도 바보가 아니다. 선원들은 오디세우스를 배에다 더 단단히 묶어둔다. 그들은 향수의 환영, 영웅적인 삶이 가능했던 옛날 세계에 대한 동경에 걸려 난파하지 않을 것이다. [오디세이아]라는 작품이 인식하고 있듯이, 세상에서 잘 살아나가려면 향수에 저항해야만 하니까. 우리가 이미 올라타고 있는 배에 머물러야 하고, 현재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있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멈추지 않고 계속 돛대를 적절히 조종해야 하며, 돛이 제대로 바람을 타고 갈 수 있도록 그게 얼마나 부풀었는지,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지, 돛의 아.. 2023.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