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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74

일본의 굴레 p.16 일본 경험의 총합을 다루지 않고서는 일본 현실의 그 어느 측면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달리 말하자면, 일본 은행의 통화 정책, 일본 기업의 인사 관행, 도쿄의 기묘한 스트리트 패션, 일본 정치의 끊임없는 의자 뺏기 놀이, 수 세기에 걸친 일본의 쇄국, 이런 문제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p.17 명백히 무능한 집권당을 선거로 쫓아내고는 4년도 되지 않아 다시 그 당을 뽑는 유권자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선진국 진영에서 가장 '우익'인 정부가 가장 '좌익'스러운 통화 및 재정 정책들을 섞어 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동아시아에서 점점 고조되어가는 호전적인 논쟁들은 과연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만한 실수를 유발할 것인가? 해외의 다른 나라들(주로 미국)도 그 갈등 구조에.. 2023. 2. 8.
술탄과 황제 p.14 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 튀르크는 유럽 최강자의 위치를 200년 이상 지속하며 잠든 유럽에 새로운 문화적 충격파를 던졌다. 비잔티움 학자와 그리스어로 된 성경의 서방 유입은 이탈리아 반도에 머물던 르네상스를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가 대중화되면서 종교 개혁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대항해 시대가 열리는 등 새로운 유럽이 등장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강력한 오스만 제국의 부상은 유럽에 두려움 그 자체였다. 터키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결과가 근세 유럽을 깨어나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콘스탄티노플 멸망, 곧 오스만의 정복 사건으로 중세가 끝나고 근세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2023. 2. 6.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p.6 전쟁 이전의 정치체제하에서 국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줄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은 기존의 정당, 귀족원, 추밀원 등 여러 정치세력의 벽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어떤 사태가 벌어졌습니까? 사람들은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이 기존 정치체제하에서는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왠지 개혁을 추진할 것만 같은' 군부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육군의 개혁안에는 자작농 육성, 공장법 제정, 농촌 금융기관 개선 등 훌륭한 사회민주주의적 개혁안이 담겨 있었습니다. p.24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라면 전쟁으로 가는 과정이 있기 마련입니다. 각자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9.11 테러 당시 미국은 전쟁에서 이긴다는 자세보다 악독한 범죄자를 잡는다는 입장을 견지했.. 2023. 1. 17.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 p.26 농성 개시 후 한 달이 지날 무렵 남한산성의 조선 조정은 글자 그대로 고립무원에 빠져 있었다. 조정은 '항전론'과 '항복론'으로 분열되었다. 전쟁 발발 전의 '척화론'을 이은 '항전론'은 끝까지 저항하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자는 주장이었다. '주화론'에 맞닿아 있었던 '항복론'은 옛날 중국의 춘추 시대의 월왕 구천처럼 어떻게든 이번 위기를 넘겨야만 훗날의 와신상담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언뜻 '항복론'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항복을 한들 과연 청군이 국가의 지속과 군신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인가? 반면에 적지 않은 근왕병이 아직 미원에 남아 있지 않은가? 설사 그들의 근왕이 끝내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나라와 운명.. 2023. 1. 16.
결국 이기는 사마의 p.책갈피 세상에 순백의 여우는 없다. 그래서 백여우의 겨드랑이 가죽을 모아 갖옷을 만든다.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여러 사람의 장점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군웅이 할거하던 삼국시대에 사마의는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p.16~17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은 발산하는 방식이다. 젊었을 때는 자신의 재능과 청춘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이 경우 나이가 들어서는 젊었을 때 벌어놓은 밑천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사마의의 인생은 수렴하는 방식이다. 사마의는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경험과 교훈을 차곡차곡 모았다. 눈덩이를 굴리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험과 교훈이 쌓이게 된 것이다. p.29 자유롭지 않.. 2022. 12. 31.
피렌체사 p.5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이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였다. p.7 마키아벨리의 '피렌체 역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베키오 다리에서 벌어진 참사(1216년) 이후부터 메디치 가문의 집권(1434년)까지가 1부이고, 그 이후 코시모 데 메디치의 통치부터 마키아벨리가 집필하는 시점(1520)까지가 2부이다. 1부는 공화정의 이상이 펼쳐지던 시대이고, 2부는 군주정의 권력 집중이 발생했던 시대이다. 그러니까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사]를 통해 자기 생애의 주장을 역으로 배치한 것이다. 자신이 쓴 책은 [군주론]에서 [로마사 논고]로 이어졌지만, 피렌체의 역사는 역으로 전개되었으니, 공화제에서 군주제로 넘어간 것이다. .. 2022. 12. 24.